갑자기 얼마 전 내게 매력적이고 섹쉬하다며 이제 만난게 아쉽다고 한 남자가 생각난다. 다시 떠올려도 화가 치민다.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이토록 화가 난 이유는 내 남편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옆에 있는 사람조차 여자로 취급하는 그의 언행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대화하는 내내 부부사이의 냉랭함은 시간이 흐르면 찾아온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화가 나는 진짜 이유는 몇 년 또는 몇 십년 후 언젠가는 찾아올 우리의 냉랭함에 대한 가능성을 그가 확신을 하듯이 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편은 모든 여자를 여자로 보고, 나는 모든 남자를 남자로 보게 되고, 마음 한 구석이 써늘하여 외로움이라도 달래기 위해 몸부림 칠 그 시기가 우리에게도 올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분명 우리도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부이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면 최고겠지만 그런 부부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감싸주며 살아가는 것이 부부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두려움을 갖는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감싸주는 것이 정말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서로의 부모도 아니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참고 인내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며 지적질을 멈추지 않는 것일터.
변화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하는 이유는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을 인내하기 전에 변화하려고 마음조차 먹지 않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우리 부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 단지 감정컨트롤에 미흡한 인간이기에 쉽사리 변하지 않고 서서히 변화하고 있을 뿐.
서서히 변화하는 동안 우리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인내심이 고갈되면 그 남자가 말한대로 냉랭한 관계가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두렵다.
결론은.. 부부관계는 100% 끝이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피해야 겠다.